'온몸' 바치는 가시고기의 자식사랑!!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아빠 가시고기 혼자 남아, 알들을 노리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하는 거예요.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어느 날 엄마처럼 제 갈길로 떠나버리죠. 그리고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린답니다.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아, 가시고기 우리 아빠’

소설 ‘가시고기’에서 백혈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아들은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를 보며 과학백과사전에서 보았던 가시고기를 떠올린다. 실제 가시고기는 어떤 모습일까. KBS 1TV는 오는 27일 밤 10시에 가시고기의 산란과정과 수중생태를 생생하게 포착한 자연다큐멘터리 ‘가시고기’를 방송한다.

가시고기는 몸 길이가 5~7㎝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 이번에 카메라에 포착된 가시고기 무리는 산란할 곳을 찾아 동해의 거친 파도를 거슬러 올라 경북 경주의 대종천에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는 암컷이 둥지에 산란을 하고 떠난 후 보름간 수컷 가시고기의 외로운 육아과정을 담아낸다.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쉴새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모습, 둥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몇배나 되는 거북과 싸우는 장면 등은 어떤 휴먼 다큐멘터리보다 감동적이다.

부화한 후 5일 정도 지나 새끼들이 무리 생활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수컷 가시고기는 확연히 작아지고 지친 모습을 보인다. 만신창이가 된 이 가시고기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몸을 새끼들이 모여있는 둥지쪽으로 움직여 죽음을 맞는다. 바다를 향해 긴 여행을 떠날 새끼 가시고기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놓는 것이다. 3개월간 가시고기의 지극한 부성애를 지켜본 제작진은 가시고기가 죽는 마지막 촬영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소설의 묘사와는 다르게 부화에 온 힘을 소진한 암컷 가시고기는 알을 낳은 후 바로 물에 둥둥 뜬 채 죽어버린다. 실제 암컷 가시고기는 소설 속의 묘사만큼 ‘나쁜 엄마’는 아닌 셈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munhwa.co.kr (2001.6.25 일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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